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사람들은 늘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여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안전한 곳’의 대표주자는 미국 달러였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면 사람들은 주식을 팔고, 신흥국 통화에서 발을 빼고, 달러로 달려갔다. 그만큼 미국 경제는 전통적으로 신뢰받는 기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무역 전면전에 시동을 걸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관세폭탄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나 빠졌다.
그런데 더욱 이례적인 일은 바로 그 직후 달러 가치가 함께 급락했다는 점이다. 달러 인덱스는 하루 만에 1.67% 하락하며 202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의 불안이 달러를 향한 믿음까지 흔들어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배경을 ‘신뢰의 붕괴’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위기의 한가운데 미국이 있었더라도, 그 시스템에 대한 믿음은 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경제 자체가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 리스크에 휘둘리며 오히려 위험의 진원지로 인식되고 있다.
관세 정책은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애플 주가는 하루 새 9.2% 급락했고,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17% 가까이 빠졌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달러도 더 이상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감정이다.
ING의 통화전략가는 “이번 달러 하락은 단순한 환율 움직임이 아니라 달러자산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미국 단기국채에는 일부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경우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움직임일 뿐, 달러 자체에 대한 신뢰 회복은 아니다. 오히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지면 연준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시장이 안전자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하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위기=달러’라는 공식이 언제까지나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결국 안전자산은 단순히 어느 나라 통화냐보다, 그 배경에 깔린 정치적 안정성,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시장과의 신뢰 관계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어디로 피해야 할까?
당장 달러 하나만 믿고 피신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시장에서는 점차 금, 스위스프랑, 일본 엔화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금은 물가가 오르는 환경에서도 가치 보존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공포가 함께 있는 시기에 주목받는다.
한편으로는 미국 내 단기국채 ETF나 일부 고정금리 상품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달러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피난처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장에서는 단기 대응보다는 분산 투자와 현금 비중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안전자산은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세상과 함께 바뀌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다.
'L I V 한국 이슈 들여다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탄핵 인용 후, 기업들이 안도한 이유 (1) | 2025.04.04 |
---|---|
트럼프 관세 폭탄에 주요국 반응 보니... (1) | 2025.04.04 |
미국발 관세 쇼크인데 안전자산 '달러'가 급락한 이유 (1) | 2025.04.04 |
박근혜 탄핵 때는 오르고, 윤석열 탄핵 땐 떨어진다? (1) | 2025.04.04 |
윤석열 탄핵심판 D-1...코스피가 보내는 경고 (2) | 202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