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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 쇼크인데 안전자산 '달러'가 급락한 이유

by machellin 202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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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관세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S&P500 지수는 4.8%, 나스닥 지수는 6% 급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나 볼 수 있었던 낙폭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시장이 이렇게 요동칠 때면 보통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가 함께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는 1.67% 하락해 2022년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관세를 발표한 나라가 미국인 만큼, 그 충격의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흔든 것으로 보인다.
 
달러는 단순한 통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 가장 투명한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이라는 상징이 달러의 가치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근간이 흔들린 셈이다.
 

 
ING의 통화전략가 프란치스코 페솔은 달러가 하락한 이유를 두고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자신감 상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100일에 대해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투표한 셈”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번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를 ‘병든 환자’로 진단하고 수술하겠다는 트럼프식 해법의 일환이지만, 시장은 이 조치가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요 감소와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은 당장 실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주가가 하루 만에 9.2% 하락했고, 베스트바이는 17%나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은 미국 국채로 수요가 몰리지만, 장기물보다 단기물에 투자 수요가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움직임인데,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도 함께 커질 경우 연준은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이번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장이 미국 경제의 안정성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폭락에 대해 “예상된 일”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가 우리에게 좋은 걸 주는지에 달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시장이 원하는 확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이번 달러 약세는 통화정책, 무역갈등, 기업실적, 유가하락, 그리고 그 모든 배경에 깔린 ‘신뢰의 흔들림’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안타깝게도 지금 시장은 미국조차 더 이상 완전한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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