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 메일함이 심상치 않다. 미국 바이어들한테서 하나둘씩 연락이 오는데, 내용이 전부 비슷하다. 이번 오더 물량을 줄이겠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아예 취소하겠다는 곳도 있고, 납품을 미루거나 다시 협의하자는 연락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관세를 때리겠다고 발표한 그날 이후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베트남산 제품에 최대 46%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소식이 나오자, 미국 바이어들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 거다.


그동안 ‘메이드 인 베트남’ 제품을 믿고 꾸준히 오더를 주던 바이어들인데, 갑자기 단가가 훌쩍 올라가게 생기니 다들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쪽 비중이 높은 전자제품, 의류, 신발 업계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생산에 들어간 물량도 있는데, 납품을 하지 말라는 연락이 오니 공장은 멈춰 서고, 직원들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생산 계획은 물론이고 다음 달 스케줄도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관세 폭탄에 기업들은 당황했고, 내부적으로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베트남 경제에도 당연히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 미국은 베트남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데, 이렇게 수출 오더가 줄어들면 전체 경제에도 타격이 크다. 공장들이 멈추면 고용도 줄고, 환율도 불안해진다.
기업들은 급하게 미국 이외의 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유럽이나 일본, 동남아 바이어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대체가 되는 게 아니니까 걱정이 많다.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이번 주에만 오더 취소 메일이 세 통 왔어요.” “이제 미국은 당분간 접어야겠다는 말까지 나와요.” “다음 달 생산 라인 다 다시 짜야 해요. 일정이 다 밀렸어요.”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몇 달치 계획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이다.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 마디로 멘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단순한 위기로 끝날지 아니면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지는 앞으로의 대응에 달렸다.
베트남은 미국 외에도 다양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은 있다. 지금은 힘들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동안 안정되던 베트남 수출 구조가 이번 관세 사태로 다시 요동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피말리지만,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오늘도 메일함을 열며 또 어떤 소식이 들어올지 긴장하게 된다. 아무쪼록 이 위기를 잘 넘겨서, 더 탄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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