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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I V | 베트남 들여다보기/일상

조금 더 썼을 뿐인데 '껑충'… 베트남 전기요금의 함정

by machellin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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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살다 보면 꼭 한 번쯤 놀라게 되는 게 바로 ‘전기세’다.

매달 비슷하게 내던 금액이 갑자기 껑충 뛰는 날, “에어컨을 많이 틀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요즘처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엔 전기세가 급등하면서 괜히 기분까지 꿀꿀해지기 쉽다.

나도 이번 달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지난달보다 확연히 오른 금액, 과연 이건 단순히 날씨 때문일까?

베트남은 3단계 혹은 6단계 누진 요금제를 사용하는데, 이 누진 구조가 전기세 급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일정 사용량을 넘기면 요금 단가가 갑자기 높아지기 때문에, 조금만 더 써도 전기세가 훅 올라버린다. 예를 들어 1단계에선 1kWh당 1,700동 정도였던 요금이 4~5단계로 가면 3,000동을 훌쩍 넘기게 된다. 여름철엔 에어컨, 선풍기, 냉장고, 제습기까지 동시에 돌아가다 보니 금방 한계선을 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지서에 찍힌 숫자도 무섭게 따라오게 되는 셈이다.

밤에 에어컨 조금 더 틀었을 뿐인데....4~5월 전기세 고지서가 무서워진다!!!

그렇다면 날씨가 진짜 영향을 줄까? 물론이다.

베트남의 남부, 특히 호치민처럼 사계절 내내 더운 지역은 건기와 우기만 나뉠 뿐, 실제 체감온도는 매달 다르다. 특히 4월~6월은 햇빛이 강하고 습도까지 높아서 에어컨 없이는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 하지만 평소보다 한두 시간만 더 틀어도 누진 구간을 훌쩍 넘어가는 구조라, 무심코 보낸 몇 날 며칠이 고스란히 전기요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의 전기요금은 외국인과 현지인의 계약 유형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일부 외국인은 주택 소유자가 아닌 경우 상업용 요금으로 적용받기도 하는데, 이 경우 요금 단가 자체가 더 비싸다. 때문에 같은 집, 같은 사용량인데도 계약 형태에 따라 전기세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을 상대로 한 단기임대나 서비스 아파트일 경우 집주인이나 운영업체가 아예 상업용 계약을 해 놓는 게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이런 형태는 주거가 아니라 비즈니스로 간주되기 때문.

세입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요금 차이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외국인 세입자와 관련된 계약 환경(단기임대, 상업용 계약 등)이 자연스럽게 더 비싼 요금 체계를 불러오는 구조다. 

이번에 전기세가 갑자기 많이 나왔다면, 우선 사용량을 체크해보고 내가 어느 구간에 해당되는지도 확인해보는 게 좋다. 또, 혹시 집 계약 당시 전기요금 유형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집주인에게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덥다고 아무 때나 에어컨 틀기’보다는, 시간대나 사용 습관을 조금씩 조절해보는 것도 전기세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기세는 생활의 작은 스트레스지만, 또 매달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다.

갑자기 껑충 뛴 고지서에 놀랐다면, 이번 기회에 베트남의 전기요금 구조를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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