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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 경제 위기 (하)

by machellin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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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계속

 

공급과 수요의 동반 부진

서로가 각자 잘하는 일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면 일의 능률이 오른다. 잘하는 것만 하면 되니까. 일의 효율도 극대화된다. 쓸데없는 곳으로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으니까. 그렇게 선택하고 집중하여 회사든, 국가든, 아웃풋의 극대화에 매진해왔다.

 

그런데 이 분업이라는 것은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구성원 모두가 영원히 움직여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자본을 들여, 적절한 생산력을 가지고, 최대치를 뽑아내야 하는데, 어느 누군가가 멈춰 서면, 모두가 멈춘다. 각자가 적절한 위치에서 그 역할을 다 해야 하고, 이 톱니바퀴는 계속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 톱니가 서로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미중 무역 전쟁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차이나 바이러스로 인해 2020년 1-2월 중국은 확실히 멈춰 섰다. 원자재와 제품의 공급 역할을 맡던 한 축이 무너졌다. 3월 들어 다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정상이 아니다. 차이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각국이 무차별 돈 풀기에 나서 수요를 살리려 애쓰고 있지만, 수요를 일으킨들 공급이 지지부진하다. 2008년 금융 위기 탈출의 키워드였던 분업 체제는 망가져 있다.

 

 

가장 심각한 위협

1918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페인 독감이 발생했다. 2년간 전세계를 휩쓸었고, 최대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마도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 이후 가장 무서운 전염병이었을 것이다. 이 스페인 독감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시기다.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처음으로 독감이 발생했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아마도 전장의 열악한 위생 환경이 바이러스 탄생의 배경일지도 모르겠다. 첫 발생 수개월 뒤 강한 전염력을 보였고, 전쟁이 끝나 본국으로 귀환하는 병사들을 숙주로 삼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코로나 발 경제 위기와 스페인 독감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가깝게는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의 사례가 있는데 굳이 스페인 독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일상의 통제 때문이다. 21세기에 유행한 기존의 전염병은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염력이 파괴적이지 않았다. 각자 떠올려보자.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가 유행할 때 우리 모두 조심은 했지만, 마스크에, 손소독제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신경 쓰며 살지는 않았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시절은 어땠을까. N95, KF94 마스크 같은 우수한 방역 용품이 없었고, 바이러스에 대비한 행동 강령 같은 인식이 없었다. 따라서 아마도 일상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상을 유지한 대가로 5천만 명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이 말인즉슨, 파괴적 전염력을 지닌 바이러스의 경우, 반드시 일상을 통제하면서 바이러스를 컨트롤 해야한다는 것이다. 통제 없이 컨트롤하려면 막심한 인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제한과 통제가 2020년 현재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이 통제되니 내수가 박살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며 실물 경제가 눈 깜짝할 사이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은 바이러스의 확산도 확산이지만 제한되고 통제되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호황과 제로 금리의 유산

인류의 역사에 큰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2020년의 경제 문제는 사실 '지난 11년의 호황기' 부터 이미 불거지기 시작한 문제다. "전염병이 등장하자, 경제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현실을 외면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1년 간 실체 없이 불어난 통화로 인해 자산의 가격이 들어올려졌다. 호황이 시작됐고, 모든 차트, 그래프, 숫자, 경제 지표들이 현실과 괴리되었다. 디지털 숫자로만 기록된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경제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고 믿어온 세월. 지난 11년 동안 부자 되셨습니까. 우상향 한 그래프만큼 꾸준히 그리고도 높게 삶의 수준이 올랐는지요.

 

 

10년이 넘게 신용으로, 빚으로, 자산의 가치는 켜켜이 쌓여왔고, 올해 초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 차이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고, 환율이 급등했다.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했을까. 내가 보기에는 계속되는 탐욕이 달러의 수요를 올려놨다.

 

다양한 방식으로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주식의 가격이 내려갈 때 자산의 가치 하락을 경험한다. 가진 돈으로만 투자했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기회비용만 포기하고, 지루함만 견디면, 주가가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투자한 사람들은 상환의 부담 속에서 괴롭다. 그리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들은 전화나 문자 한 통을 받고 두려움에 떤다.

 

마진콜이다.

 

아주 쉽게 말해 일정 비율의 증거금만 가지고 돈을 빌려 주식을 샀는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증거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는 것이다. 이 연락을 받고 2-3일 내에 증거금을 추가로 입금하지 않으면 주식은 강제로 청산당한다. 그리고 손실은 기정사실이 된다. 이 마진콜 때문에 지난 2주간 달러의 수요가 폭증했다.

 

자산을 지키기 위한 행위인데 왜 탐욕이냐고. 여전히 주가는 조만간 다시 오를 것이라 믿는데서 비롯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차이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움츠러든 것이며, 차이나 바이러스만 해결되면 모든 게 회복될 것이라 믿기에 주식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즉, 시장은 아직 차이나 바이러스 사태 조기 종식이라는 희망에 기대어 버티고 있다.

 

 

희망에는 근거가 있을까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없을까.

 

2008년 금융위기는

손실의 규모 측정이 어려웠다.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 파생 상품들이 얽히고 섥혀있었기 때문이다. 추정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계산이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결국 손실의 규모를 측정해냈고,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풀어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2020년의 차이나 바이러스 사태는

손실의 규모 측정이 현재 불가능하다. 팬데믹이 선언되고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가운데 백신의 개발 가능 여부도 요원해 인적,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불어나기만 하는 중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제 활동을 멈춰야 할지, 그에 따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야 할지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손실이 확정되기 까지의 타임라인이 존재했다. 몇 날 몇 시 까지 채권을 해결해야 할지 명쾌했다. 그래서 살생부 작성이 가능했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릴 건 확실히 살렸다.

 

2020년의 차이나 바이러스 사태는

기약이 없다. 언제까지 집에 있어야 하는지, 언제 백신이 나올지, 언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미국 대통령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들을 취합해 "아마 8월이면 위기가 지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메시지 정도만 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일을 훌륭하게 처리한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그들의 우려

미국의 여러 리테일 기업들은 당장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계산에 들어갔다. 최대한 버텨 일단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매장을 닫고, 임금을 줄이고, 재고 부담을 최소화 하고, 교대 근무 등의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손실도 얼마나 될지 추정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걱정을 하고 있지 아직 공포에 휩싸여 벌벌 떠는 중은 아니다. 이들이 공포를 느끼려면 수중의 현금이 떨어지고, 더이상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만 시장은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 위기를 몰고 올까. 나는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차이나 바이러스 사태가 언제 진정 되느냐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그럼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의 상황은 어느 정도 규모의 위기 속에 놓여있는 것일까.

 

글쎄, 위기는 아직 시작 조차도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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