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GME의 숏 커버링에서 촉발된 기관 개미의 전쟁이다.
미국에는 게임스탑이라는 게임 판매 소매점이 있다.
텍사스에서 시작하여 미 전역 웬만한 도시에 1-2개씩 매장이 위치한다. 오프라인 유통 파이가 큰 기업인데, 매장에서 중고 거래도 가능하여 매니아들 특유의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오래된 게임 타이틀의 특성상 케이스 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중고로 판매하면서 유쾌하게 케이스를 자작하는 등의 문화가 생긴것도 게임스탑에서 유래됐다.
세월이 지나 게임의 유통이 스팀, 에픽게임즈 등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체되면서, 오프라인에 주력한 게임스탑의 매출도 하향 곡선을 그렸고 오프라인 철수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런 먹잇감을 놓칠 월스트리트가 아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공매도 세력들은 게임스탑의 주식을 가지고 한바탕 파티를 벌이고자 했다.
주가가 떨어질 것이 명확해 보이면,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다.
추후 주가가 떨어진 주식을 다시 매수하여
빌린 주식을 갚고,
시세 차이를 수익으로 실현하는 것.
이것이 공매도다.
개전
공매도 헤지펀드로 유명한 시타델, 시트론,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탑의 주식을 빌려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들은 아무 문제없이 기업 하나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나 싶었으나.. 어린 시절 게임스탑에서 구매한 게임으로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중년의 개미들이 이들의 행태에 분노한다.
탐욕스러운 월가에게서 우리의 추억을 지키자며 행동에 나서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wallstreetbet에서 세를 규합해 집단적으로 GME 주식 매수에 나섰다.
개미들의 집단 매수세는 매우 강력했다.
게다가 과거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고통 받았던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및 저스틴 선 트론 재단 대표 등의 인플루언서가 개미들의 편에 서 한 마디씩 거들며 측면 지원을 하자 이미 활활 타오른 불에 기름까지 뿌려진다.
엘론 머스크는 특히 공매도에 반감이 큰 인사로 과거 이런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들불 같이 번진 GME 운동.
열흘 동안 게임스탑 주가는 1,643.91% 상승.
대략 20배 가까지 떡상하게 된다.
초조한 기관의 반격
공매도 기관들은 궁지에 몰렸다.
빌린 주식을 이미 낮은 가격에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빌린 주식을 갚으려면, 판 가격보다 높은 시세에 재매수해서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자 초조해진 공매도 세력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개미들의 매수세를 잠재우고자 반격에 나섰다.
사상 초유의 매수 버튼 삭제
먼저 미국 본토개미들이 최고로 많이 이용하는 위불, 로빈후드, 아메리칸 트레이딩이라는 증권거래 앱에서 GME, AMC, BB 등 공매 숏 퀴즈 관련 주식들의 '매수'버튼을 없애버렸다. 개미들이 주식을 살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개미들의 '과도한 투기'로 인해 이용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매수버튼을 뽑아버린 것.
이런 말도 안되는 조치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로빈후드 증권앱은 개미들의 거래수수료가 무료인 대신 기관들에게 수수료를 받아먹는 구조로 증권 앱 사업을 이어간다. 즉 기관이 물주인데, 하필 돈을 대는 기관이 멜빈 캐피털과 공매도 메인 기관인 시트론. 궁지에 몰린 기관과 증권 거래 앱들은 같은 식구. 매수 버튼 삭제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배경이다.
언론 플레이
그리고 그와중에 시타델(공매도 숏 기관 3대장중 하나) 최고 CEO가 레딧 월스트리트벳(미국판 디씨 주갤)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동시에 레딧 월스트리트벳에서 담합을 하여 주가조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뿌렸고, 미국 월가와 연줄이 있는 언론사들은 모든 화력을 집중해 온 세상 매체에 선동 기사를 쏟아붓는다.
매도 폭탄
막강한 화력의 지원 사격 이후, 1월 29일(미국시간으로 28일) 장이 열리자 '약속의 10시'를 기점으로 정확히 1시간 동안 엄청난 기관 발 매도 폭격이 펼쳐지면서 7 연속 하방 서킷을 터트리고 주가를 박살 낸다.
9시 59분 $480 부근이었던 주가는 '약속의 10시' 이후 1시간, 무려 7연속 하방 서킷이 터지는 동안 75%가 빠지면서 $112까지 빠졌고, 매수 버튼이 '뽑힌' 미국의 개미들은 추가 매수 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하방 서킷이 풀리자마자 다시 바로 하방 서킷이 걸리는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숨조차 쉬지 못하고 온몸으로 7 연속 하방 서킷을 그대로 받아낸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매도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거나 그냥 눈뜨고 손발 묶인 채로 구타당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기관들이 설계한 순서도처럼 패닉에 빠져 매도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난전
'약속의 10시'부터 11시까지 기관이 집중 포화를 퍼부었음에도 폭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주가는 다시금 올라갔다. 장중에는 $112에서 $250 위까지 올라왔는데, 고개를 들 때마다 찍어 누르는 것이 생사를 가르는 전장에 다름없다.
이 GME 이슈가 크게 불거지자 급기야 미국 하원의원이 GME 매수 버튼 삭제에 대한 조사를 암시하는 트윗을 날렸고, 로빈후드, 아메리칸 트레이딩, 위불 중에서 위불이 한국시간 기준 4시쯤 슬며시 매수 버튼을 딸깍 끼워 넣는다. 매수 버튼이 살아나자 곧바로 주가는 반등을 거듭하여 $200불 중반에 안착하려 했고, 이에 맞춰 기관들은 다시금 공매도 폭탄을 쏟아내며 주가를 찍어 눌렀다.
미국에서 메인 거래 앱은 로빈후드인데 로빈후드 이용자들의 매수세에 비하면 기존 위불 이용자들은 위 매도세를 커버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찍혀눌렸고, 장장 6시간 동안 기관은 불공정한 룰 속에서 비열한 행위를 통해 $193에 주가를 묶어둔 채 본장을 마감하게 한다.
애프터장 시작 후, 주가는 급속히 30% 가까이 뛰면서 $250달러에 다다랐고, 위기감을 느낀 기관은 단주거래까지 동원해서 종가인 $193에 1주를 가지고 무한 거래를 시작해 주가 표시가 $193달러에서 멈춘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렇게 최후의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하였음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29일 오전 9시에는 $327 선까지 올라왔고, 아래 차트를 보면 현재 얼마나 격렬하게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후
앞으로 전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제도권 하에 놓인 금융 시장의 민낯이 얼마나 추악한지 전 세계로 생중계 진행 중인 사건이 이번 GME 이슈다.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달러의 민낯이 온 세상에 공개됐다면, GME는 추상적이었던 금융 세력의 탐욕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언론 보도가 최근 다소 늘었다.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항상 언급하는 암호화폐의 문제점이 있다면, 큰 변동성과 시세조작 가능성이다. 코로나로 인해 또 한 번 구매력을 크게 상실한 달러와 GME의 차트를 보면, 그놈이 그놈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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