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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od point in Saigon / Ho Chi Minh
베트남의 호치민은 1990년까지만 해도 홍수가 빈번하지 않았다. 호치민 시 중앙을 관통하는 사이공 강이나 우측을 휘감아 흐르는 동나이 강의 만조 시기에도 문제가 없었고 태풍이 상륙해도 침수를 우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성적인 침수에 시달린다.
매일 폭우가 쏟아지다 그치는 우기뿐만이 아니라 건기에 들어서도 만조 시기만 되면 어김없이 시내 여러 곳이 침수되는데, 기후변화와 난개발에 따른 저수 지역 유실, 도시 외곽의 경작지 개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자연스레 주변 지역의 침수 여부는 부동산의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준다.
호치민에서 부동산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라는 물음에 가장 먼저 돌아오는 대답이 침수일 만큼 호치민 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침수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집에 물이 들어찰 정도도 아닌데 과민반응이 아니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침수로 인해 거주 환경에 생기는 부정적 현상들을 생각해보면 일시적인 이슈로 치부할 수도 없다. 부정적 현상 중 대표적인 현상은 교통 체증이다.
침수되는 도로
인류 역사상 도로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지한 사람들을 꼽자면 로마인들이 첫 손에 꼽힌다. 이들이 유럽 전역에 놓은 여러 가도들을 살펴보면 도로의 배수 기능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만한 아치 형태로 놓인 도로들은 도로의 중앙부가 제일 높고 도로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경사가 지어있다. 따라서 비가 오면 자연스레 빗물이 도로 가장자리로 흐르게 되어있고, 가장자리에 모인 빗물은 배수로를 타고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합리적이어서 오늘날 놓이는 도로들도 로마인들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의 도로도 마찬가지여서, 비가 오면 도로의 가장자리로 빗물이 흐르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로 설계와 베트남 특유의 교통 문화가 어우러진 상태에서 도로에 물이 차면 매우 심각한 교통 체증이 생겨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만조 시기에는 배수로를 타고 오히려 강물이 역류해 물이 빠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교통 체증도 오래 지속된다.
베트남에서 편도 2차선의 도로 주행 시, 자동차는 1차선, 오토바이는 2차선으로 주행해야 한다. 좌우회전 등의 사유가 없을 때는 거의 항상 지켜지는 룰이다. 하지만 도로가 침수되어 가장자리에 물이 들어차면 2차선의 오토바이들이 대거 1차선으로 몰려든다. 물아래 노면 컨디션을 읽을 수 없어 위험하다든지 등의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 오토바이 운전자의 속내는 겉으로 드러난 다리 등이 젖는 게 싫은 것이다. 그렇게 도로 위 모든 것들이 물이 없는 차선으로 모여들면 한바탕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고, 물이 빠질 때까지 심각한 교통 체증은 계속된다.
만조가 심할 때는 물이 차오르는 높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도보 이동은 당연히 힘들다. 게다가 침수 지대는 당연하다시피 교통 체증이 있기 때문에 택시나 그랩 운전자들도 진입을 꺼린다. 오토바이를 운전해 지난다 해도, 재수 없으면 머플러를 통해 물이 유입돼 고장 나기 십상이다. 여러모로 드나들기가 까다로워 자연스레 이들 지역의 집 값은 떨어진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거주 목적이든, 투자 목적이든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들 대부분은 화창한 날씨의 평화로운 주말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돌아본다. 쨍한 하늘과 발코니를 통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취해 집을 결정하고는 하는데, 이렇게 집 구경을 다니면 침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요즘 호치민의 만조 시 사이공 강 수위가 높아 침수가 매우 빈번하다. 덕분에 신발 여러 켤레 버렸다며 괜히 이쪽으로 이사 왔다는 친구의 하소연에 맞장구를 쳐주다 문득 생각이 나 포스팅을 해봤다.
│by mach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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