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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I V | 베트남 들여다보기/투자

L I V | 베트남 들여다보기 | 버블티 전쟁

by machellin 2018.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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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o o k   i n t o   V i e t n a m

Bubble Tea War


Generation Z & Millenial

소비자 조사 기관 Nielsen 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의 Z 세대가 가정 내 쇼핑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에서 2005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 Z 세대들은 특히나 음료, 스낵에 대한 쇼핑 결정권과 더불어 레저와 외식에 있어서도 가정 내 결정권의 비중이 큰 것으로 조사가 됐다.

 

Z 세대의 가정내 쇼핑 관련 의사 결정 비율

이렇게 소비에 있어 가정 내 발언권이 큰 Z 세대는 바로 이전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 (1988년 에서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와 더불어 여가 활동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행태에서 아주 뚜렷한 트렌드가 발견된다. 바로 텔레비전과 버블티 (bubble tea) 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여가/문화 생활

위 그래프를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들이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 대해 응답한 결과인데, 응답하는 데 있어서 카페 등의 보다 넓은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 사람보다 버블티 shop 을 콕 찝어 응답한 소비자가 많다.

 

40%의 인구가 25세 이하인 베트남의 인구 구조를 떠올려보면 베트남인 대부분이 압도적으로 버블티를 선호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그만큼 최근 베트남에서는 버블티가 트렌드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

 

 

Brands

버블티 전쟁의 서막은 2012년 즈음에 올랐다. 외국계 커피전문점들의 기세 좋은 출점 공세를 밀크티 (Milk tea) 하나로 잠재워 버린 PHUC LONG 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PHUC LONG 은 1968년 Bao Loc (Lam Dong) 지방의 고원 차 재배지에서 생겨난 회사다. 직접 생산한 차와 커피를 가지고 1980년 대에 호치민 시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00년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기업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Phuc Long CI

2007년부터는 호치민 시 인근에 위치한 빈증 시에 있는 차와 커피의 가공 공장에 투자하여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2년 부터는 베트남 Food & Beverage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입 소문을 탄 밀크티가 주력 제품으로 작용했다.이후 점차적으로 점포 확장에 나서며 호치민, 빈증을 넘어 다낭 (Da Nang), 냐짱 (Nha Trang) 으로 비즈니스 영역이 북상중에 있다.

 

스타벅스 (Starbucks), 커피빈 (Coffee Bean) 등의 외국계 커피전문점 뿐만이 아니라 쭝웬레전드 (Trung Nguyen Legend), 하이랜드(Highlands) 등의 베트남 국내 거대 커피전문점과의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가, 소비자의 트렌드를 커피가 아니라 밀크티로 돌려놓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이 PHUC LONG 이 담당했다.

 

베트남 버블티 시장의 후속 진입 경쟁자들.

이렇게 밀크티가 시장을 장악하자 대만계 버블티 전문점들이 베트남 F&B 시장에 속속 진입했다. 홍콩에서 인기가 많은 Ding Tea 가 2013년에 처음 베트남에 들어와 2017년 기준으로 점포 수 100개를 돌파하며 계속 확장을 하고 있고, 전 세계 스토어 1,000개가 넘어서는 Chatime 도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 중에 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차도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시장에 진입중에 있다. 이 외 로컬 브랜드 Bobapop 은 2015년 대비 2016년 매출이 2.5배로 뛰어 빠르게 크고 있고, 역시 로컬 브랜드인 Toco Toco 는 Bobapop 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Koi The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Koi The 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찾는 밀크티 전문점이다. 매장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젊은 세대가 선호할만하며 가장 세련됐다고 느껴지는데, 이건 내 주관이지만 수많은 브랜드 중 군계일학이다 싶을 정도로 느낌 있고, 버블티도 맛이 괜찮다. 타피오카 펄에 꿀을 넣은 golden bubble 의 마케팅도 제법 적중한 것 같아, 요즘 Koi The 매장은 어딜 가나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Market

사흘에 한 개씩 밀크티 점포가 생긴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최근 3-4년간 베트남의 밀크티 시장은 확장일로다. 호치민 시 1군의 번화가로 유명한 BITEXCO 타워 주변의 Ngo Duc Ke Street 에는 '버블티 루트' 라는 별명까지 붙은 마당이다. 실제로 여기를 지나다 보면 블록의 1층 점포는 거의 대부분이 버블티 점포나 마찬가지일 정도다.

 

트렌드를 타고 버블티가 날아오르니 부동산도 덩달아 날아올라 Ngo Duc Ke Street 의 점포 임대료는 작년 m2 당 $26,000 에서 올해 $34,000 까지 급상승했다고 한다. 한 달에 평당 천만 원이 넘는다니, 놀랍다. 매매가가 아니라 임대료가 평당 천만원이 넘는다.

 

Ngo Duc Ke Bubble Tea Route

이렇게 버블티가 특정 세대의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 현상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90년대 말 스타벅스를 필두로하여 커피 시장이 열려가던 우리네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승객 수송을 주로 담당하는 쎄옴 오토바이 기사들의 하루 수입은 20만 베트남 동에서 30만 베트남 동 사이다. 그런데 최근 2만 베트남 동의 버블티 배달 수요가 늘어간다고 한다. 각종 직장 등으로의 버블티 배달 건수가 하루 3-4건으로 늘어나 짭짤하게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기도 하며, 잔 당 우리 돈 2,500원~3,500원 가격의 버블티를 일주일에 1회 이상 소비하는 사람들은 과도한 소비를 즐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늘고 있다고 한다. 된장녀라는 단어가 등장했던 십수 년 전 우리나라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나온다.

 

 

Culture

사회 전반에 걸쳐 버블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나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분명 수년 전 베트남의 Food & Beverage 시장은 무주공산의 노다지였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어째서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전부 패퇴하고 말았을까. 개인적으로는 공간의 인식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았나 싶다.

 

나도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특유의 개념이 있는데, 친구의 개념이다. 평소 왕래가 잦은 A 와 B 가 카페에서 만난다고 떠올려보자. 그리고 각자 친구 a 와 b 를 불러낸다. a 는 B 를 모르고, b 는 A 를 모르며, 당연히 a 와 b 도 서로 모른다. 그런데 넷이 자리를 함께 하는 순간 이들 넷은 친구가 된다. 곧 a 가 C 를 부르고, b 가 D 를 부르면 여섯이 친구가 되고, 한명씩 한명씩 또 어찌저찌 불러내다 보면 무리는 금방 십수명에 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들은 전부 친구가 된다. 참 친구 만들기 쉽다.

 

이들이 모이려면 테이블 등의 자리는 유연하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외국계 커피전문점들은 그들이 기존에 성공해왔던 공간의 방정식을 그대로 들여왔다. 집과 직장 사이이 '또 하나의 공간' 으로서 이 공간은 적당한 프라이버시가 투영됨을 전제로 하기에, 상황에 맞춘 가변적인 공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타벅스가 베트남 호치민에 진출하며 처음으로 오픈한 매장

친구의 수를 과시하려는 경향의 베트남 사람들에게 이 '또 하나의 공간' 은 어딘가 불편했다. 불편하니 발걸음이 뜸할 수밖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인 콩카페나 장사가 잘 되는 버블티 매장을 찾으면 하나같이 유연하게 조절 가능한 테이블과 좌석이 널려있다.

 

애시당초 아라비카니 로부스타니 어느 산지의 원두를 어떻게 로스팅 하느냐에 따라 산미와 향이 어우러지는 그딴 소리에 이들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여가와 업무가 적당히 혼재하는 공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독특한 공간 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그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맛있는 음료가 받쳐주면 충분할 따름이었다.

 

 

Its a war, not a battle. 

베트남 Food & Beverage 시장은 여기저기 커피콩과 타피오카 펄이 포탄처럼 날아다니며 전쟁 중인데, 타피오카의 화력이 월등히 앞서는 중이며, 구경꿈들에게 코코넛 갈아 넣은 커피를 팔아 재미 보는 업체가 있다는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대략적으로 유의미한 참전 업체들은 윤곽이 나오는 중이며 이 중에 누가 필드를 평정할지의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랄까. 최근 버블티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을 듣고 베트남에서 버블티 장사나 해볼까 하는 분들이 꽤 있다. 건너 건너 조언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가까운 사이가 아님에도 이런 말을 전해 들을 때 마다 걱정부터 앞서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 시장은 이미 전투가 아니라 전쟁 중이다. 미리 시장 및 소비자에 관한 조사를 끝내고 입지 조사도 마친 상태에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상태라면 모를까, 격렬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여러 사업자들 사이에 지금 뛰어든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시작하려면 최소 5년 전에는 시작했어야 했다.


 

│by mach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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