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2군 타오디엔은 왜 고급 소비의 테스트베드가 되었나

베트남 호치민 타오디엔은 트렌드한 브랜드와 맛집, 카페가 즐비한 곳이다. 서양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쉽게말해 한국 강남의 가로수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베트남 호치민시 2군 타오디엔(Tao Dien)은 한때 사이공강을 끼고 조용하게 자리한 외곽 주거지에 불과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은 외국인과 상류층 베트남인의 ‘라이프스타일 실험장’으로 변모하며 베트남 내 프리미엄 소비의 새로운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타오디엔의 변화는 단순한 부동산 가치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고급 카페, 유럽식 빵집, 수입 유기농 식료품점, 국제학교와 개인 요가 클래스까지—이 작은 구역은 도시의 나머지 지역과는 다른 시간대에서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고급 소비 실험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곳에서는 베트남 내에서도 희귀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장 먼저 소개되고, 소비자 반응을 통해 향후 확산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타오디엔의 유기농 마켓에서는 일반 슈퍼마켓의 2~3배에 달하는 가격의 수입 채소, 비건 치즈, 글루텐 프리 베이킹 재료가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이들을 찾는 주요 고객층은 외국인뿐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중상류층 베트남인들이다.

이들은 제품의 원산지, 생산 방식,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단순한 소비가 아닌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한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육아 서비스와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이곳에서 먼저 자리 잡고 있다. 월 수백만 동의 키즈 아트 클래스, 자연 친화적 유아용품, 강아지용 유기농 사료와 미용 스파까지—이 모든 서비스가 타오디엔에서는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브랜드 입장에서 타오디엔은 실패를 줄이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고급 소비 타겟 실험지이며, 실제로 이 지역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몇 달 후 푸미흥, 빈탄, 하노이 신도시 등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타오디엔은 현재 베트남 소비문화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자,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있어 ‘가치 있는 소비’가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급화의 이면에는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물가 상승, 기존 지역 주민들의 이탈 등도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이 역시 타오디엔이 갖는 상징성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타오디엔은 베트남이 더 이상 단순한 저가 시장이 아니라, ‘선택적 소비’를 중시하는 고소득 소비자층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시장으로 이동 중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호치민의 다른 지역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곳의 변화는 향후 베트남 전역의 소비 방향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브랜드나 투자자라면 타오디엔을 단순한 거주지 이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국, 타오디엔은 고급 소비의 현재이자, 베트남 도시 경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